광화문에서 쇼를 하자 Across The Universe

지금 시각. 광화문엔 촛불이 밝혀있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집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안을 내 놓으면서 B학점 이상인 학생들에게만 제공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렇다 할 뾰족한 실행 대책 마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부 반값제를 제안한 데 대학생들은 분노했고, 오늘 광화문에 모였다. 거기에 선대인, 김제동, 김여진, 권해효 등 20대를 후원하는 유명인들도 함께 했다. 김제동은 강연료로 광화문에 모인 대학생들에게 통닭을 쏜다고 하는 등 열심히 각자의 방식으로 20대를 지지하고 있다.

 

나는 대학생 시절, 집회에 제대로 참여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소속된 단과대는 사회대였기 때문에 교내에 ‘투쟁’은 우리 단과대가 앞장서서 했지만 동기들이나 후배들의 반응은 서늘하기만 했다. 나는 ‘서늘’까지는 아닐지언정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05학번인 내가 입학했을 때부터 서서히 대학 분위기는 변해갔던 것 같다. 정기총회에 참여하는 학생 수도 적어졌다. 실상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학생회에서 대신하여 등록금 투쟁을 하겠다는 데도 반대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시끄럽댔다. 학교 이미지 나빠진다고 했다. 귀찮다고 했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다. 돌려 받아 봐야 고작 3만 원 정도인데, 뭐하러 하느냐 했다.(우리는 투쟁 끝에 1프로 받아내기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나는 오히려 고마웠다. 대신 해준다지 않느냐, 나는 가만 있는데 저들이 운동하여 내 돈을 받아준다지 않느냐,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서명 한 번 못 해주냐, 그냥 해라, 라는 주의였다. 어떻게 보면 반대하는 이들보다 더 약아빠진 인간상이었다.

 

오늘 광화문에 대학생들이 모였다는 뉴스를 보고 괜시리 내가 설렜다. 나도 지금 재학 중이었다면 저 자리에 나가 있을까. 아니면 토익 학원에 가 있을까? 아니면 소주를 마시고 있을까. 대학 등록금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윗대가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 때문에 ‘쇼’하는 것이라도 실행되는 쇼라면 반겨줄 만하다. 그 쇼라도 이끌어 내려면 우리도 ‘쇼’해야 한다. 지금 촛불을 들고 나가 있는 숫자로는 부족하다. 더 나가서 더 많은 촛불을 들고, 더 많은 피켓을 들고 더 ‘볼거리’ 충만한 쇼를 해얄 것만 같다. 직접 나가진 못했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고 감사한다. 당사자 운동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당사자가 움직이고 뜻 맞는 타자들이 후원하고. 보기 좋은 형님과 아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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