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사라진다 Across The Universe

대학로에 위치한 영화관, 하이퍼텍 나다(이하 나다)가 6월 30일 부로 폐관됐다. 꼭 문 닫기 전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7월 하고도 4일이 지난 후 신문 기사를 보고 나다를 다시 떠올렸다. 그 자리에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라 다시 조금 다른 모습의 나다일지라도 보게 될 일은 없을 거란다. 씨네큐브의 경우 주인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같은 곳에서 같은 이름으로 좋은 영화들을 걸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나다를 문 닫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언제부턴가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멀티플렉스를 찾는 일은 내게 곤욕이다. 스폰지하우스나, 씨네큐브 같은 소규모의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하면 좀 멀더라도 그 곳을 찾지, 가까운 CGV를 찾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갈 때 멀티플렉스를 즐겨 찾는다. 스크린도, 상영관도, 건물도 크고 깔끔한 맛에 찾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멀티플렉스로 몰리니 점점 소규모 극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씨네큐브 건너편의 미로스페이스도 문을 닫고 다른 이름의 독립영화 전용극장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바뀌고 나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종류의 영화를 주로 거는지는 모르겠다. 작년에는 명동에 있는 중앙시네마가 문을 닫았다. 그 건물은 헐고 다른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며칠 전 나다가 문을 닫았다.

 

나다에는 다른 극장과 달리 재밌는 게 있다. 좌석에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관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어, 나 장동건 자리다. 너는 봉준호 자리네.”하는 식의 작은 농담과 가벼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나다였다. 그곳에서 영화를 볼 때, 아마도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이 함께 봤던 건 홍상수의 <하하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봤자 전 석을 메우진 못한다. 개중 나았던 거라는 게지. 그 외에 나머지 영화를 볼 때는 사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면이 좋기도 하지만 걱정도 됐었다. 이렇게 ‘돈’이 되지 않아서 어쩐담. 이러다 나다도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들이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이제 다음 순서는 어느 극장이 될까? 스폰지 하우스?

 

내게 그런 중소규모의 극장들은 단지 영화를 보여주는 장소로만 와 닿는 건 아니다. 그때 그때 함께 영화를 보러 갔던 사람들과의 추억, 거기서 있었던 일, 영화를 보고 나와 나눴던 얘기들. 나의 시간들이 함께 했던 장소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내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하나씩 줄어들어 간다.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한들, 이제 없어지고 만 아쉬움만이 이야기를 맺게 되겠지.

 

영화를 좋아하지만, 마니아까지는 아니고, 또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보통의 애정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단순히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뿐만이 아니라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도 가볍지 않은 듯하다. 문득 문득,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 극장에 가고 싶어서 가기도 하니 말이다. 멀티플렉스 속 인파에 묻혀 버린 극장들과, 나의 추억들이 사라지는 꼴을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덧글

  • 2011/07/06 21: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loodyPersona 2011/07/06 22:23 #

    안녕하세요, 편식님. 맞아요. 그만큼 멀티플렉스가 온 동네를 잠식하고 있으니까요. 악순환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더욱 시내 곳곳 멀티플렉스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소규모 극장들은 점점 사라지고. 저도 집 가까이 씨지비가 세 개나 있어요. 그런데 일부러라도 광화문을 찾아요. 작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편식님보다 덜 바쁘기도 하고요. 크크.
  • 편식 2011/07/07 00:18 #

    네 저는 세번에 한번꼴 정도밖에 못 가지만 다른 분들이라도 많이 가주시길 저도 간절히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_^;;;
  • BloodyPersona 2011/07/07 01:22 #

    하하 저라도 앞으로 더 많이 찾도록 할게요.
  • 나울 2011/07/15 01:28 # 답글

    크ㅠㅠ 중앙시네마가 문 닫으며 인디플러스(맞나요?)와 스펀지 중앙이 동시에 사라져 슬퍼했던 기억이 .... 그 중앙시네마 옆옆옆 자리가 까페마리죠.
  • BloodyPersona 2011/07/15 14:18 #

    맞아요 맞아요. 아 정말. 저는 개인적으로 씨네큐브 좋아하는데, 주인 바뀌었지만 극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폰지하우스도 그렇고요.
  • 미로스페이스 2011/07/18 16:3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미로스페이스입니다. ㅠㅠ 저희 극장 올해 3월에 재개관하여 다시 미로스페이스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흑흑
  • BloodyPersona 2011/07/18 18:17 #

    앗 그렇군요! 몰랐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