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덫 Across The Universe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원했다. 불로초를 구하는 데 열과 성을 다했고, 진시황의 불로장생에 대한 집착은 결국 수은중독으로 끝났다. 어쨌든 진시황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불로장생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불로’없는 장생을 원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늙지 않는 영원의 삶이라면 누군들 마다하겠냐마는 육체적 노화를 감당하며 목숨만 부지하는 걸 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얼마 전 한 조사기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장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다수는 100살 이상 살길 원하지 않았다. 80세에서 90세 사이 정도까지가 가장 그들이 원하는 수명이었다. 그 이유로는 노화되는 육체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래 살면서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100세 이상 산다고 한들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없을뿐더러 자식에게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니 누가 영생을 원할 수 있겠는가.

 

생명연장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물론 천수를 다하지 못한 채 지병으로 인해 일찍 생을 마감해야 하는 사람에게야 생명연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평균수명을 거슬러 장수한다고 하여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젊었을 적엔 아끼고 아껴 내 집 마련에 힘쓰고, 장년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준비는커녕 당장 퇴직 후에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판이니 말이다.

 

일본에는 노로개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농촌 지역에서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백발의 자식이 백발의 부모를 모시고 사는 모습을 말이다. 대표적인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한국의 곧 다가올 미래일 수 있다. 예전에는 장수마을을 찾아가 장수비결을 묻는 등 고령의 노인들은 신기한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장수가 축복이 아닌 사회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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