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하우스>, Nicole Krauss Across The Book



본인의 이름이 먼저 불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이 수식어로 붙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대게 유명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일 때 그렇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 엄태웅은 ‘엄정화의 동생’,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누구누구와 어떤 관계’로 불렸다. <그레이트 하우스>를 펼쳐 첫 날개를 펴 본 순간 작가인 니콜 크라우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배우자라는 걸 확인 하곤 그녀가 더욱 친숙해졌다. 니콜 크라우스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던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데다 좋아하기까지 하는 조너선의 아내라는 점이 즐겁게 책을 접하도록 도왔다.

 

책의 제목은 그레이트 ‘하우스’이지만 이 책의 주요 소재는 책상이다. 이를 중심으로 네 화자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있는 어찌 보면 복잡한 소설이다. 기억의, 인물의 실타래를 잘 좇아야 책에 몰입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네 인물은 각자의 상처 혹은 어두운 심연 등 각자의 마음을 책상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많든 적든, 네 화자는 책상에 각자의 사연과 추억과 상처를 싣는다. 이런 개인의 과거나 상처들은 한 사람이 담고 있는 영혼의 일부분이다. 영혼의 편린을 떼어 내어 책상에 전이시킨 것과 다름없다. 그럼으로써 누구는 치유가 될 수도, 또 다른 아픔과 공허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네 화자들은 큰 틀에서 보면 마음이 행복하거나 건강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상처를 전이시키기 쉬운 인물들이다.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접하게 되는 사물의 수는 따질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누군가에겐 소중한 물건이 있고, 또 어떤 물건은 잃어버려도 모를 만큼 그 존재감이 희미한 경우도 있다. 한낱 사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사용자 손때가 묻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실리게 된다. 생명을 불어 넣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 사물은 단순히 어떤 재료의 모음이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어른들이 함부로 버려진 물건이나 남의 물건을 쓰지 못하게 했을 게다. 이 소설에서 책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건 첫 번째 화자인 나디아다. 그래서 그녀는 책상에 얽힌 추억과 시간이 많다. 다니엘 바스키와의 기억도 온전히 그 책상 안에 담아 있지만, 그가 떠난 후 그녀가 책상에서 보냈던 많은 시간들, 썼던 많은 글도 상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책상을 레아에게 보낼 때 자신의 일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화자들이 그 책상과 둘러싼 사람들 주변에 서서 안타까움과 결핍이 뒤섞인 감정들을 발산할 때, 그것들은 공기를 부유하다 책상과 함께 다른 화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생명이 생긴 사물이 품는 신비다.

 

개인적으로 “~요. ~죠.”하는 종결어미가 글 전반에 나타나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쓰인 부분에서는 흥미를 좀 잃기도 했지만 니콜 크라우스는 조금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구조 속에서도 그 끈을 엉키지 않게 잘 연결시키는 능력을 가진 작가인 탓에 끝까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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